제목 : 100억의 사나이 (12권 完)
작가 : 쿠니모토 야스유키
발매 : 2003.03.31
일단 흥미진진하게 시작한다.
어머니가 진 빛 100억엔 (한화로 1000억원)의 빛 때문에 누가 봐도 돈 많아 보이는 노인네에게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100억의 빛까지도 떠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1993년에 시작한 만화라고 해도 그림체는 상당히 허술한 부분이 많다.
실제로 작화력은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 아닌 듯 하다.
중간중간에 작붕 수준의 어설픈 작화도 많이 나오는 걸 봐선 원한해결 사무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성인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비지니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저 두 만화는 비슷한 면이 있다.
스토리는 마음을 비우고 보면 별 위화감 없이 재미있게 이어질 수 있다.
중간에 스토리의 방향전환 없이, 1권에서 주인공이 목표했던 것을 완결까지 밀고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억지스러운 것이 많은데...
처음에 100억엔의 빛을 갚아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미션을 준 다음에(사실 개인 수준에서 저만한 돈을 빌린다는 것 자체도 좀 말이 안되긴 한다.)
항상 어려운 일이나 역경에 닿아도 핵심여성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목표한 바를 이루어 낸다는 사실은 실소를 머금게 하기도 한다.
특히 이 만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 여성은 하나같이 주인공의 생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정도로 실력이나 능력이나 재력이 가득한 여성들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딱히 무슨 수를 쓰지 않아도, 그냥 아무 개연성 없이 주인공 앞에 딱 나타나서,
아무 이유없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고 몸이 달아올라 몸을 준다. 헤퍼도 이렇게 헤플 수가 없다.
처음엔 꼭 이렇게 까지 보여줘야 하나 싶다가도, 계속 스토리가 반복되며 이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
실제로 이 만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다 주인공과 성관계를 가졌으며, 나중엔 새로운 여성캐릭터가 나오기만 해도
곧 나오겠군~ 하고 예상하고,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만난지 얼마 안 가서 둘은 관계를 갖고, 토미사와는 결국 원하던 것을 얻어낸다.
직장 상사부터, 주요 거래처의 딸, 해외 조력자, 고급 술집 마담 등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다 이런 식이다.
원래 스토리란 것에는 개연성(거기서 그런 일이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이 있어야 하는데,
이 만화는 그것은 내다 버리고 그냥 쉽게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떡 하고 핵심 인물 (하필 꼭 이런 핵심인물은 여성이다.)이 주인공 앞에 낙하산을 탄 듯이 뚝 떨어지고서는
그냥 몸과 마음과 필요한 것을 다 주는 식이다.
기업간의 수 싸움이나,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할 기업들간의 힘싸움 등을 생생하게 묘사해놓은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저 개연성 없는 여성들과의 관계로 중대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불편한 점에만 좀 둔감해진다면, 책장을 넘기기엔 어려움이 없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