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이사를 서울대입구쪽으로 왔다.
요리에 재주 없는 자취인으로, 모든 식사를 다 집안에서만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이런 독거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한식뷔페이다.
일반 식당도 몇 군데 가봤지.
그러나 양에 차지 않는 것이다. 특히 근 일년내에 외식비가 거의 1000~2000원가량 상승해버렸으므로
더더욱 외식 자체가 선뜻 부담되는 일이 되어버렸으며
양이 적은 외식의 경우 그 허무함은 배가 된다.
그래서 개인이 나름 만족스러울 만큼 먹을 수 있는 한식뷔페의 경우가 내 인생에선 필요했고,
이사오자마자 줄기차게 검색하고 찾아본 게 한식뷔페였는데
코로나의 여파였던걸까? 이미 싹 다 망해 있었다.
약2년간 이어진 코로나시대는 수많은 자영업자를 파산시켰고, 수많은 가게를 폐업으로 몰아넣었다.
여행사, 목욕탕, 코인노래방, 등등의 업체가 대표적이지만 그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
한식뷔페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대입구 6번출구방향 지하에 있던 자연별곡이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그 자리를 다이소가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카카오맵이나 네이버지도로 검색해서 나오는 곳은 다 찾아가봤으나
이미 싹 다 사라진 이후였다. 가봤다가 허탕친곳만해도
천냥뷔페, 엔젤쌈밥뷔페, 태성그린푸드, 어멍한식뷔페
.
.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곳이 이 새실식당이었는데....
손님없는 식당
이 새실식당은 두 차례 방문해보았다.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나 이외에 두명이었으며
그나마 두번째 방문했을때는 나 이외엔 손님이 아예 없었다.
가장 손님이 많아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이 정도였다는 것은
하루에 손님이 아예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을거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가게가 조그마한 1~2평짜리 가게도 아니고, 지하의 큰 공간이었기에
손님이 하나도 없는 공허함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왔다.
그 드넓은 공간을 손님한명 없이 지키고 있던 사장님의 모습은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다.
마지막남은 서울대입구 한식뷔페. 그 마지막을 확인하다.
어제 찾아가보며 딱 하나만 생각했다. 살아만 있다면 나라도 앞으로 자주갈께.
그러나 휴무는 딱지가 붙은 채 불이 꺼져 있었다.
휴무?? 임대나 폐업이 아니라 휴무라고?? 그럼 아직 살아 있는건가?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일요일날 쉬는 집이 평일에 휴무라니.....
말이 휴무일 뿐이지. 사실상 폐업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
자세한건 며칠 후 다시 와 보면 알겠지.
그리고 오늘 다시 찾아갔는데...
분명 이 위치에 집밥뷔페, 한식뷔페라는 조그마한 현수막이 있었는데, 이젠 없다.
불도 켜놓지 않음 어두컴컴한 복도. 손님이 내려오길 예상한 모습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왠일로 식당의 불이 켜져 있다.
자세히 보니 홀쪽은 다 꺼진채 주방만 켜져 있다.
식사하러 들어갈 분위기는 아니다.
문도 열려 있길래 사장님한테 물어보니 이젠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신다.
결국 지금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수순에 돌입한 듯 하다.
이제 서울대 입구역 주변에 한식뷔페는 없다.
결국 마지막남은 한식뷔페였던 새실식당마저 폐업해버림으로써 서울대입구 주변의 한식뷔페는 전멸했다.
지금에서야 폐업한다는 것도 신기하다.
내가 이곳은 첫 방문한게 작년 7월이었는데 사실상 그 때 폐업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상컨데 그 이전부터 하루에 손님 10명은 왔으려나 모르겠다. 아마 한 명도 안 올 날도 수두룩했을 것이다.
임대료 등의 유지비는 꾸준히 나갔을텐데,
그 긴 기간동안 홀로 앉아 썰렁한 가게를 지켜온 사장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영업자의 아픔이 전해져오는 듯 하다.
이제 신림~낙성대 라인에선 도보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뷔페는 낙성대역에 있는 '이모네 식당'만이 남았다.
내가 사는곳에선 걸어갈 순 있지만 상당히 먼 거리기도 하고
뷔페라지만 육류는 없고 채소반찬만 있는 곳이라서 선뜻 가게 될런지 모르겠다.
한때는 어느동네나 한식뷔페 하나쯤은 다 있는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한건지 한식뷔페란 것 자체가 너무나도 귀해졌다.
노량진이나 대학동같은 고시촌 밀집지역.
가산지디털단지, 구로디지털단지, 선유도역 같은 오피스 밀집지역 아니고는 보기 힘들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퀄리티 높은 한식뷔페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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