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2020년 1월. 정확히 그 해 설날기준.
이 나라에 상륙한 코로나19는 참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그 중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가 라틴댄스클럽이다.
알다시피 살사,바차타,키좀바 등등을 주력으로 하는 라틴댄스는 두 사람이 근접해서 하는 커플댄스므로
거리두기를 강조하던 방역특성상, 엄청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실질적인 영업은 저녁9시에 시작하지만, 사람 모이는 걸 감안하면 저녁 10시는 되어야
실질적인 영업이 시작된다 봐야 하는데, 초기엔 모든 업소는 다 8시 또는 9시에 마감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왔으므로, 사실상 거의 장사를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빠들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저녁7시에 시작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지만
이전의 북적북적대던 살사바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2년3개월 정도가 더 지나,
이제 다시 원래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오랜만에.... 그리고 올해들어 처음 방문한 홍대의 살사빠.
북적이는 인파와 인구밀도는 코로나 이전상태로 돌아온 듯 하다.
한때 거리두기 등등 정부의 방역지침이 엄격하던 .... 자영업자들이 많은 피해를 감수하던 그 때는
띄엄띄엄 넓직한 공간에 듬성듬성 적은 사람이 모여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북적북적대며, 발등을 위협하는 끔찍한 흉기 하이힐을 피하기 위해
긴장을 잔뜩 한 채 스텝을 밟아야 하는 평상시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다. 어느샌가 이렇게 물갈이가 된 것인지.....
남자들은 옛날 그 때 그 사람이 많지만, 여성들은 새로운 사람 투성이이다.
반드시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초보가 그만큼 많다는 소리니까.
사실 10년 넘게 췄던 소셜러지만, 여전히 난 새로운 사람에게 홀딩신청하는 것이 낮설다.
아무리 그게 일상이고 보통이고 기본인 살사판이라지만, 처음보는 여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워낙 오래 안추다보니, 살사고 바차타고 패턴들을 죄다 까먹고,
실력도 줄어든 것도 가뜩이나 적었던 내 홀딩의욕을 더 떨어뜨린다.)
결국 내 소셜에서의 즐거움은 아는 사람이 7할정도 였었던 것 같다.
인터넷 카페에서 동호회원으로 만나 말과 글을 나누며 친해진 사람도 물론 있긴 하지만
오로지 홀딩 하나만으로.....
음악에 맞춰 주고받는 체중을 실어 전해져오는 손 끝의 감각만으로 친해진 사람이 훨씬 많다.
서로 대화 한마디 한 적 없지만, 어느 새 아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반갑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으며, 이 사람과 추면 즐겁고 기분좋다는 확실한 믿음.
오늘 이 사람과 최소 2곡은 출거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는...
오로지 춤 그 하나로 친해진 사람도 있는 것이다.
수차례 함께 한 경험으로 실력 또한 검증되었기에 즐거운 시간이 보장된 사람들이다.
그러나........그런 사람이 이제 거의 없다. 한 명도 없다.
사람들이 예뻐졌다. 그리고 나이대도 젊어졌다.
그런데 난 새로운 사람과의 설레임보단,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과의 익숙함을 더 그리워했었나보다.
어찌보면 내가 이제 중년빠로 옮겨야 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곳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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