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쳐 이야기

그리는 손님을 위한 가이드

감자만두 2017. 9. 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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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입장으로 활동해본 사람으로써,

많은 사람을 보게 된다.

저렴하다면 저렴하고, 비싸다면 비싼 금액이지만, 나의 돈, 당신의 돈은 소중하다.

추억을 만들기 위한 그림이 불쾌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 캐리커쳐이다.

기대와 어긋난 그림으로 인해 헛돈을 쓴 느낌은 퍽 우울할 것이며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손님의 모습은 ,작가에게도 역시 오랫동안 아픈 마음의 상처가 된다.


이에 혹시 어딘가에서 캐리커쳐를 그릴 수도 있을 사람들을 위해, 내상의 위험을 줄일

몇 가지 사항을 소개한다.


이 이야기들은 판매형 캐리커쳐. 즉 손님이 작가에게 직접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캐리커쳐에 해당된다.

이벤트형 캐리커쳐. 즉 무료로 그리는 캐리커쳐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1. 작가를 비주얼로 판단하지 말자.

길거리 화가들을 보면 공통점이 ,꾀죄죄하고 어딘가 너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정돈 안된 수염에, 몇 달은 자르지 않은 듯한 머리카락에 범상치 않는 예술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에서나 나올 거 같은..

밥 먹고 산에 틀어박혀서 그림에만 매진해서 그림에 도가 튼 취화선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절대 속지 말자.

외모는 수십년간 밥먹고 그림만 그려서 먹고 살아온 듯한 분위기의 50대 아저씨가 

초딩수준의 그림을 그리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다.

반대로 이제 막 대학 졸업해서 사회에 발디딘 거같은 어린 청년이

놀라운 감각과 재능으로 수준급의 그림을 그리는 경우 역시 많이 봤다.

작가의 비주얼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2. 손님에게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 작가는 의심하고 보자.

일단 대부분의 캐리커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등지고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에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지나가는 행인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서 좀처럼 용기를 못내다가도 남이 하고 있는 걸 보면 군중심리로 더 편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작가로써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작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나, 매출을 올리는 것이나, 행인들에게 구경하는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나

이게 일반적인 포지션이다.)
 


일단 일반적인 사람 심리는 누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작가 뒤에서 구경하기 마련이다.

좋은 그림이라면, "아~ 이 사람 참 잘 그린다. 나도 그리고 싶다. 꼭 그려야겠다."마음먹고 뒤에 줄서거나 계속 구경하지만

형편없는 그림이라면 절대 이 작가에게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않으며, 바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작가의 실력과 스타일에 따라, 손님을 끌어당기는 그림이 있는 반면, 손님을 내쫒는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력없는 작가나, 그림에 자신이 없는 작가는 절대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등지고 앉지 않는다.

행인들이 이 작가가 어느 그림을 그릴지 구경할 수 없도록 자리를 세팅해 놓곤 한다.

이런 작가는 일단 손님을 내쫒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업체로부터 돈 받고, 손님은 무료로 그려주는 이벤트 행사의 경우는 이런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라이브 판매에서 관객에게 자신의 그림을 떳떳이 공개하지 않는 경우.

이렇게 셋팅해 놓은 작가라면 , 반드시 전시용 쌤플이 아닌, 실제 라이브 캐리커쳐 결과물을 확인하고 판단하자.

아무 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앉았다가 후회하고 분개하는 분들 여럿 봤다.)



3. 반드시 꼭 작가의 그림을 미리 확인하자.

캐리커쳐를 그리는 현장엔 반드시 전시용 쌤플용 그림이 달려 있다.

그러나 공용 쌤플을 걸어놓고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보는 용도이다.

작가의 능력이나 스타일등을 알려주는 용도로 사용되는게 바람직한 거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좀 아쉬운 사실이다.

A작가의 그림, B작가의 그림, C작가의 그림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전시되고 있으며,

이미 수년 전 퇴사했거나 그 자리에 없는 작가의 그림이 쌤플로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전시된 쌤플용 그림들만 보고 

"아. 이쁘게 그렸네 나도 이렇게 그려주겠지" 하고 앉는건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마침 자리가 비었다고, 당신이 앞에 앉으려고 하는 그 작가가, 당신이 뻑 간 그림을 그린 작가라는 보장은 없다.


작가의 얼굴 생김새가 천차만별이듯이, 작가의 그림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안 닮더라도, 무조건 이쁘게만 그리려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욕을 먹을지언정, 무조건 그 사람의 개성과 다른점은 표현하려 하는 나 같은 인간들도 가끔 있다.


물론 손님 역시 안 닮더라도 이쁜 그림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안 이뻐도 좋으니 재미있고, 딱 자기의 특징이 표현된 그림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난 무조건 닮으면서도 이뻐야돼.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냥 그리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손님이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작가를 만나고 싶어하듯이, 작가도 자기가 원하는 마인드의 손님을 만나고 싶다.

잘못 만나면 서로가 서운해질 뿐이다.

잘 만나면 서로가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작가의 그림을 미리 보고 확인하자.

그냥 빈 자리 났다고 앉지 말고... 이 작가가 어떻게 그리는 인간인지 미리 확인하자.

아니면 마음에 드는 전시용 쌤플 그림을 보고 누가 그렸는지라도 미리 물어보자.


다시 강조하지만 손님이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작가를 만나고 싶어하듯이, 작가도 자기가 원하는 마인드의 손님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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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3가지 경우 다 결국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기분좋은 추억이 될 캐리커쳐를 그리고 싶다면

반드시 미리 작가의 그림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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