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교수님이 캐리커쳐와 캐릭터의 차이점을 조사해오라는 과제를 내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숙제를 명쾌히 해결해온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좀 세밀하고 정밀하게 그리면 캐리커쳐이고, 간단하고 단순화시키면 캐릭터 아닌가요?
특징을 극대화 시킨건 캐리커쳐이고, 특징을 단순화시키면 캐릭터 아닌가요?
거의 반 이상이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 교수님이 이야기 해 주신 캐리커처와 캐릭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비슷한 듯 다른 두 예술의 핵심키워드는 바로 '상업성'이다.
캐리커쳐는 '풍자성' '비판성'을 갖고 세상에 태어난 예술이다.
캐리커쳐는 캐리커쳐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신문 등등의 매체에서 그 뿌리를 내려 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캐리커쳐의 영향을 받아 후에 만화가 탄생했다 하니...
실로 역사가 아주 깊은 예술인 것이다.
캐리커처는 작가의 시각과 사상과 관점에 의해 작가가 원하는대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매우 과장되고 특징이 강조 되었으며, 때론 풍자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캐릭터는 '상업성'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이다.
오로지 팔아서 수익을 내기위해 만들어진 태생부터 뼛속까지 '상업성'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캐릭터와 캐리커쳐의 가장 결정적이고 확실한 차이라 할 수 있다.
캐릭터는 시장(고객)의 요구에 의해, 시장(고객)이 원하는대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잘 팔리기 위해 주로 에쁘고 귀엽고 멋지게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다시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캐리커쳐
- 풍자성, 비판성
- 특징을 극대화 시킴.
-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표현되어짐.
캐릭터
- 상업성
- 특징을 축소시킴
- 손님이 원하는대로 표현되어짐.
인터넷에 캐리커쳐라고 치면은 수많은 업체들이 나온다.
이쁘게 그려드려요. 돌잔치 회사직원 연인 부모님 스승님께 선물로 드릴 예쁜 캐리커쳐 그려드려요.
저 단어 자체에 딱 모순이 숨어있지 않은가?
말로는 캐리커쳐라면서, 모든 성격은 캐릭터의 길을 따르고 있다.
고객에게 돈을 받고 그 고객본인을 그림은, 고객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고객의 요구를 다 따라야 한다.
과연 그래갖고 고객의 특징을 제대로 강조나 할 수 있을까?
풍자성 비판성은 버려두더라도, 그래도 최소한 그 사람의 얼굴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극대화하고 강조하는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져야지.
하지만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왜냐면 그래야 고객이 좋아하고 나에게 돈을 지불할테니....
"눈이 너무 작네요. 눈을 좀 더 크게 해주세요."
"턱이 너무 네모지고 넓어요. 그거 제 컴플렉스란 말이에요."
"이마가 너무 넓어요. 이마만 조금 좁혀주시면 바로 ok일 거 같아요."
일대일판매에선 고객님이 왕이지. 돈을 벌기 위한 그림이면 당연히 고객의 요구를 따라야지.
그렇게 그리는 그림들은 특징을 살리기보단 오히려 특징을 죽이는 그림이 된다.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다양한 특징(때론 본인에게 컴플렉스도 될 수 있는)을 오히려 없애고 보완해버리는 가식적인 그림이 되게 된다.
자기 개인 습작은 아주 그냥 비틀고 극대화시켜서 기발하게 그리는 사람들도
고객들 그림은 특징을 적당히 죽인 그냥 이쁘장한 인물 그림을 그리곤 한다..
자기 개인 작품과, 고객에게 돈받고 고객 그려주는그림의 스타일이 똑같은 사람은 아직까지 김태수 씨 밖에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분이 더더욱 존경스러운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캐리커처는 상업화하기가 참 어려운 예술이다.
무슨 신문사나 언론사의 주문을 받고 제 3자를 그려는 일이라면 모를까?
고객에게 휘둘리고 고객만족을 최우선 목표로 하며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이쁘게 성형해주면서 그려질 수 밖에 없는 게 캐리커쳐?
고객 본인에게 돈을 받고 고객 본인을 그려주면서, 오리자날 캐리커처 정신을 발휘하다간 멘탈이 금이 가는 수가 있다.
욕을 먹거나, 안좋은 소리를 듣거나, 눈앞에서 방금 막 그려준 그림이 찢기거나.... (실제로 이것은 많이들 겪는 일이다.)
멘탈이 정말 강하고 주관이 강한 작가들은 자신의 전통 캐리커처 스타일로 일변하지만,
대다수는 결국 고객의 요구대로 고객 얼굴의 단점을 커버하고 예쁘게 만들어주는 [접대성 예쁜그림]으로 변화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국어에 서툰 사람들이 인터넷에 많이 써대곤 하는
어의없다. A보다 B가 더 낳다. 내가 않 그랬어요.
같은 틀린 맞춤법을 보는 듯한 거북함이 느껴진다.
[고객이 만족하고 행복해 하도록 사진보다 더욱 예쁘게 그려드리는 캐리커쳐]라는 걸 볼 때마다 말이지.
이런건 캐리커쳐가 아니라 캐릭터라 불리워 져야 한다.
사람의 얼굴을 그린다고 다 캐리커쳐가 아니란거지.
사회 전반으로 캐릭터와 캐리커쳐의 구분이 이렇게 애매모호하니,
그 영향으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캐리커처는 무조건 예쁘고 귀여운 그림이라고 알고 있다.
캐릭터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캐리커처라는 이름을 사칭하고 있는 형편이다.
덕분에 진짜로 사람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강조하는 그림을 그리려는 캐리커처 작가들은 그만큼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캐리커쳐가 풍자 비판 극대화의 요소를 버리고, 이름과 껍데기만 뒤집어 쓴 캐릭터가 되버린 데에는 고객의 탓도 크다.
이런 이면에는 예술을 모르고 무조건 자기 얼굴을 예쁘게 나오길 바라는 일반인의 인식이 먼저 변화해야만 한다.
캐리커쳐는 스티커 사진이 아니다.
자기랑 비슷해야 한다? 그럼 사진관가서 사진을 찍지 왜 그림을 그리나?
이뻐보이고 싶다? 그럼 그 찍은사진에 포토샵을 해달라 해라.
아직까지 국내 고객들은 캐리커쳐라는 예술을 너무 이해 못하고 자기 이기심대로 해석하려 한다.
그래서 캐리커처가 캐릭터가 되버린 것이다.
캐리커처가 진정 이름에 걸맞는 캐리커쳐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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