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이야기나

비수면 내시경, 처음 해 본 후기

감자만두 2023. 6. 2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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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통지서가 날아왔다. 

난 홀수년도생이라, 올해의 대상자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지원이 되는건지, 아마 내가 무심해서 제작년은 넘겼는지 모르겠지만

암 검진 대상에도 속해 있었다. 

아직은 위암검진 하나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위암검진이라는게, 그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내시경이었다.

사람의 목구멍에 내시경 관을 위까지 밀어넣는다니... 생각만 해도 압박이 오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 지인들은 죄다 수면내시경으로만 해봤다고 한다.

비수면으로는 할 생각조차 안해봤다고 한다.

 

게다가 이미 몇 번 받아본 지인의 말로는 보호자의 동행이 있어야지만

비수면 내시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독거중년인 나는 그러면?? 애초에 수면 , 비수면의 선택권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암튼 그렇게 해서 검진을 가기로 한 날이 찾아왔다.

수면이든 비수면이든 내 생애 처음으로 목구멍속으로 내시경카메라를 밀어넣는 날이 온 것이다.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더라.

나에게 보호자를 대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형은 무조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간 병원에서 물어보니 보호자 동행 없어도 된다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보호자를 대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포폴등의 환각, 마취성분이 있는 주사를 하기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일 수 있고

그로인해 돌아가는 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면 내시경 한 날 운전은 절대금지다.)

보호자 대동 여부는 병원마다 다르다.

그리고 노인과 비교적 젊은 사람의 경우도 다르게 판단되는 듯 하다. 

 

 

비수면을 택한 이유.

1.보호자 동의서

그러나 결국 난 비수면을 택했다.

첫번째 이유는 보호자 동의서 여부다. 

난 처음에 내가 혼자사니까 당연히 보호자 란에도 내 자신을 썼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동거인이 없다고 하니까, 부모님이나 친구나 아무튼 다른 사람을 적어야 한다고 한다.

연락도 자주 안하고 명절에나 보는 부모님이나, 아무런 연관도 없는 지인을 적긴 싫더라.

2.추가 금액

수면으로 할 시 6만원의 금액이 추가된다고 했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6만원을 태워???

(1시간 열심히 알바해야 시급 만원 조금 넘는데 말이다.)

비수면에 통증이나 괴로움이 있다지만 과연 5분간 6만원의 가치가 있을까?

 

3.마음의 준비

보호자 동행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난 이미 거의 비수면으로 각오를 굳히고 온 터였다.

그래서 더더욱 저 수면내시경의 추가금액이 아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내시경 준비 과정

먼저 시럽같은 것을 준다.

내시경을 돕는 약제라면서, 소형 종이컵에 든 약제를 준다. (일반 커피컵이 아닌 가그린 컵 사이즈)

그런데 이게 상당히 맛이 좋다는 게 함정. 더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

 

그 후에도 한가지 약제 정도를 더 먹었다. 이건 맛있지는 않고 그냥 약 같은 향이 났다.

 

그 후 옆으로 눕는다.

베게 밑에 입 부분에 핸드타월과 저렇게 뭘 받을 수 있는 판때기를 놓더라.

뭔가 내가 입으로 무쟈게 흘려댈 예정인가보다.

아마 침을 겁나게 흘릴 예정인가보다.

 

 그리고 옆으로 누워 있는채로 침대를 밀어서 검사실로 입장했다.

 

내시경 시작과 과정

내시경 카메라를 다루는 의사분이 있고,

간호사 두 분 정도가 내 머리를 짓누르면서 붙잡아 고정시키고 있다.

 

내시경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첫번째 어려운 과정인데, 

이때 침을 삼키는 것과 같은 동작으로 내시경 카메라를 삼키는 것을 도와야 한다.

헛구역질이 나온다고 하는데, 헛구역질이 아니라 진짜 오바이트가 제대로 나온다.

술을 진탕 먹었을때 위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오바이트말이다. 그것과 똑같다.

 

일단 목구멍에 완전히 들어간 후엔 아무것도 아니다. 

눈 뜨고 열심히 진찰하는 의사분을 관찰하면 더 어지럽고 정신사납고 

현기증나서 그냥 눈을 감고 있는게 편하다.

눈물이 자동으로 그냥 흐른다.

 

그 후 빼는 타이밍에 다시 한번 격렬한 구토가 나온다.

이 구토 순간이 너무 괴로워서 ' 괜히 했나. 이래서 수면으로 해야 하는건가.' 생각을 하는데

바로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것이다. 

끝난 직후 든 생각은 엥?? 벌써?? 라는 것.

암튼 고통은 예상과 비슷했지만,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내시경이 목구멍에 들어가는 순간과 나오는 순간.

이 두 번의 타이밍이 가장 괴로운 순간인데, 이땐 오바이트를 참을 수가 없다.

아마 음식물이라도 먹었다면 무시무시한 대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당연히 내시경을 받는다면 12시간 이상 금식을 해서 그런 일은 없을테지만....)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침과 눈물, 콧물

위에서 오바이트로 게워낸 걸쭉한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다.

왜 저렇게 핸드타월을 잔뜩 깔아주는지 이해가 되더라. 

 

반드시 막 입는 옷이나, 더러운 옷, 곧 세탁 예정인 옷을 입고가라. 꼭 .....

바닥과 닿았던 당신의 어깨는 당신의 침으로 완전히 흠뻑 젖을 것이다.


다음번에도 비수면으로 도전해볼까 한다.

괴롭고 힘든 순간이 있지만, 그 목구멍 통과하는 두 번의 타이밍이 좀 괴롭긴 해도

나머지는 뭐 대충 때울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두번의  괴로운 타이밍도  6만원만큼의 고통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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