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저근막염. 족관근 증후군, 지방패드위축 증후군
등등의 병명은 많지만, 증상은 동일하다. 발바닥에 통증을 가져온다는 것.
◆오랜시간 누적되어 온 질환의 발현
지난 주 금요일아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상하게 발뒤꿈치가 뻐근한 것이다.
분명 어젯밤까지는 없던 증상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인천 송도로 개인적인 일을 하러 가야 하는 날이었다.
늘 짐은 많다. 차가 없어 대중교통으로 다닌다.
가방에 채워넣은걸로도 모자라, 손에 물건 가득한 에코백까지 들면 숨이 턱 막혀온다.
원래 일 나갈때는 짐이 많지만 오늘따라 왠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힘들게 무겁게 다녀야 되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침에 뭔가 이상했던 발의 통증은 조금씩 발 전체로 퍼지고 있었고, 계단을 내려오기가 힘들었다.
계단을 내려올땐 발끝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발목에 통증이 있어서 그 발끝을 대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어찌저찌 통증을 참을 정도는 돼서,
일 마치고 또다시 그 무식하게 무거운 짐들 메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그땐 몰랐다. 이게 무시무시한 나날의 전조증상이라는 걸...
본격적인 시작은 다음날이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발을 딛는 순간 뒷꿈치에 뭔가 칼이 들어오는 것 같은 통증.
그리고 아침이 되니 이 통증이라는 것은 발 전체로 퍼져 있었다.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이러한 경우 거의 60%이상은 족저근막염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다른 질환일 수 있지만, 문진만 가지고 족저근막염이라고 했다가 한참 고생하고 나서 뒤늦게 다른 질환이라고
밝혀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족저근막염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는 게 흔하다 한다.
물론 난 아직 병원을 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원인은 확실하다.
발에 너무 과도하고 무거운 무게가 실려서 그 부담이 누적되어서 터진것이다.
1.
예전부터 난 백팩을 늘 기본으로 메고 다녔다. 집 앞 시장에 갈 때도 메고 나갔다.
현대인의 외출 시 필수품은 휴대폰과 지갑이지만, 가방엔 늘 그 이외의 자잘한 물건도 많이 들어있었다.
백팩 자체의 무게도 상당해서, 가방 무게로 레더락이 박살난 적도 두 번 있다.
(레더락은 가방 윗끈과 아랫끈을 연결하는 플라스틱 조각이다.)
2.
그리고 백수가 된 후, 요새들어 더욱 더 지난 금요일처럼 일일 알바를 자주 나갔다. (벌어 먹고는 살아야지)
그 일일 알바를 나갈 때는 헬스장에서 중량을 드는 것처럼 짐들이 무겁게 느껴졌다.
가뜩이나 기본적인 가방의 무게도 무거운데 짐들과 재료들까지 왕창 넣고 다녀서
걸어다니면서 숨이 턱턱 막혀 올 지경이었다.
3.
문제는 이러면서 신발을 대충 밑창도 얇고 가격도 싼 스니커즈만 신고 다녔다는 것이다.
충격을 완화하고 분산할 수 있는 쿠션이 들어있는 신발이 아니라.....
결국 1+2+3의 요인이 모두 합쳐져서 지금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 분명하다.
단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내 발바닥은 이미 오래전부터 힘들어하고 지쳐가고 있었다가
결국 금요일날에 크리티컬 데미지를 얻어맞고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급성염증 초기 - 지옥같이 끔찍한 시간들
족부 부상의 급성염증 초기단계. 이 단어가 주는 무시무시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급성염증은, 만성염증과 다르다.
알게 모르게 몸 안에 상주하면서 꾸준히 건강을 갉아먹는 만성 염증과 다르게,
급성 염증은 상처를 치유하고,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고, 병원균을 청소하고, 우리몸을 수호하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착한 염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통증의 강도는 만성 염증과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더 웃긴건 환부에만 염증이 있어야 되는데 아니라
급성염증 초기단계에는 이게 발 전체에 퍼져갖고,
발목 이하 발 전체가 그냥 불타오르는 통증부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굳이 왜 하이힐은 언급하냐면, 난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라틴댄스 (살사,바차타)라는 취미를 즐기며
행복과 즐거움을 경험했지만, 그 못지 않게 하이힐에 밟히는 부상을 많이 당했다.
80% 이상에 달하는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있으며, 그 힐을 신고 여기저기 스텝을 밟아대고
여러사람이 밀집해서 춤을 추는 살사바는 힐 밟힘 사고가 날 위험성이 매우 큰 장소이다. (가장 큰 장소가 아닐까?)
그리고 힐로 밟는 것 만으로도, 이건 그냥 발밟음 실수가 아니라,
상대방의 재산과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상해이자 사고라고 볼 수 있다.
10년동안 주 3~4회 빠를 다니다가 10번 가까이 힐 밟힘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이 흉기자체인 힐의 위험성에 난 라틴댄스라는 취미까지 버리게 되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 족저근막염이나 힐 밟힘이나 환부는 저렇게 확연히 다른데.........
급성염증 초기에는 그딴 거 없다.
그냥 발목 이하 발 전체가 환부가 되어 버린다. 정말 미스테리하다.
나도 힐 밟히고 고생을 그렇게 수없이 해봤어도 힐이라는게 무거운 무게를 좁은 범위로 눌러 찍어서
그만큼 치명적이어서 이렇게 발 전체가 아픈건가 했는데.....
이번에 부상원인과 환부가 전혀 다른 상처를 얻었는데도, 급성염증 초기증상은 그때와 너무나도 동일하다.
- 발목이하 발 전체가 다 아프며, 손가락으로 어디든 살짝만 건드려도 끔찍한 통증이 있다.
- 아픈 발은 아예 땅에 디딜 수가 없다.
- 발목 각도가 약 1~2도만 기울여져도 굉장한 통증이 찾아온다.
◆삶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일상생활 자체가 끔찍하게 불편해진다.
삶의 질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과장이 아니다.
이 급성염증 초기단계는 대략 본격적인 통증이 발현된 직후부터 일주일정도 걸리는 듯 하다.
통증이 어느정도냐면, 여름이면 습기때문에 발바닥이 장판에 살짝 달라붙는 경우가 흔하다.
이 발바닥이 장판에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정도에도 끔찍한 통증이 찾아온다.
이 시기에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고 불편해지냐면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발에 급성염증 초기단계를 겪는 사람은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1.다친 발에 체중을 실을 수가 없게 된다.
아픈 발을 땅에 딛는것도 어려운데, 그 발에 체중을 실으려고 하면 끔찍한 통증이 있다.
어찌보면 이것이 제일 문제다. 보행은 인간의 기본인데, 그 보행... 한 걸음조차 걷지 못하므로
움직임 자체를 완전히 제한받는다. 직장 출근이나 동네 마트 다녀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원룸에서 세 걸음 앞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very hard 난이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2. 밥을 잘 안먹게 된다.
걷는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밥을 차리는 평범한 동작까지도 안 하게 된다.
하루에 2~3번 먹던걸 아예 안먹거나 1번으로 줄이게 된다.
3.물을 잘 안 마시게 된다.
물을 마시면 그만큼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너무 힘들어서
소변이 마려운게 불쾌하고 두려운 느낌이 된다.
목이 말라도 어지간하면 참게 된다. 특히 저녁때 되면 더더욱.....
물을 자주 마시니 않으니 어쩌다 보는 소변은 늘 진한 노란색을 띈다.
4. 잠을 일찍 자게 된다.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통증이 심하다.
발이라는 것인 우리 몸의 최하단이므로,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것만으로도 큰 압력을 받는다.
발 전체가 염증부위가 되버린 급성염증 초기단계에는 그냥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통증이 심하다.
그래서 통증을 잊고자 대충 일과를 끝내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몸이 휴식을 취하는 만큼 , 염증도 줄어들고 회복되길 바라며....
그러나 누워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통증때문에 잠 또한 설치게 된다.
5. 자꾸 눕게 된다.
그나마 가장 통증을 줄이는게 누운 상태에서 다친 발을 높게 들어올리는 자세다.
그래서인지 수시로 눕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왠종일 누워 있을 수도 없고 언젠가 일어나야 되는데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에는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 자체가 통증때문에 힘들다.
6. 모든 활동을 다 안하게 된다.
인간의 기본활동인 보행을 빼고 나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거의 없다.
심지어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에는 양쪽발에 체중을 분배해서 가만히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
빨래, 설거지, 창문열고 환기시키기, 밥짓기, 청소, 샤워 등등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하던 활동을 죄다 하지 않거나 미루게 된다.
7. 몸매가 망가진다.
걷는것 자체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에 도통 움직이질 않게 된다.
헬스장을 못 가는 건 당연한거고, 집에서 하던 ab롤이나 푸쉬업같은 운동은 물론,
그냥 평범한 집안일 활동을 다 안해버리게 되니, 근육도 쭉쭉 빠진다.
특히 우리몸에서 가장 중요한 허벅지 근육도 많이 빠진다.
8. 평소 안 좋던 다른 건강도 더 안 좋아진다.
개인적으로 이 블로그에 허리건강과 요추전만에 대한 글도 많이 올린만큼, 난 요통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늘 요추전만에 신경쓰며 굴곡 자세를 피하는데,
이놈의 발 통증때문에 앉을 때, 일어설 때 자꾸만 허리에도 무리가 오는 걸 느낀다.
앉거나 일어설때 최대한 다리를 구부려서 앉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발 통증으로 인해 체중이 그만큼 더 쏠리는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다리 구부리는것도 많이 못하고,
그 대신 허리를 굽히게 되는 것이다.
걸음은 기본이요. 평소에 취하던 모든 자세를 다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서
다른 건강분야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9. 주변이 점점 어질러지고, 난장판이 된다.
분리배출도 철저히 하고, 쓰레기도 그때그때 치우는 스타일이지만
한 걸음 걷기도 힘든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에는 이딴 거 없다. 나중에 좀 나아지면 치우자하고
일단 주변에 최대한 늘어놓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내가 정확한 내 질환명을 추측만 하지 단정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걸음 걷는 것 조차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현재로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炎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순 없다.
말 그대로 급성염증이란 해당 환부가 타오르는 느낌인데,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에는 발 전체가 저렇게 타는 느낌인 것이다.
이 시기에 완치까지도 바라지도 않고, 머릿속으로 원하는 건 딱 하나다.
제발.... 집안에서 자유롭게 걸어다녔으면 좋겠다. 정말로 이것 하나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거저거 주문했다.
◆대비책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를 버티기 위한 대비책이다. 초기를 벗어나면 환부도 줄어들고 통증의 강도 또한 줄어든다.
그때부턴 보행도 어렵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짓수도 많아지므로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지금 이건 집안에서 한걸음 걷는것도.... 앉았다 일어나는 것조차 사투를 치뤄야 하는 급성염증 초기단계의 이야기다.
1. 반깁스 (보조기)
사실상 제 1옵션이다.
족부에 골절이 있거나, 발목 염좌가 있거나 할 때만 하는게 반깁스인줄 아는데
발(족부) 급성염증으로 한 발을 디디기도 힘든 상태에선 이것만한 게 없다.
필자의 경우 세 걸음만 걸으면 화장실인데, 한 걸음을 걷지 못해 제자리에서 15분간 땀만 비오든 흘리다가
반깁스를 착용하고, 죽을힘을 다해 겨우 화장실로 들어가서 소변을 봤던 경험이 있다.
집안에서 생활할때도 필요하지만, 혹시라도 출근 등으로 외출해야 할 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다.
2. 진통소염제
나 역시 어지간한 통증은 그냥 참고 버티지, 약을 먹는 것은 찝찝한 사람이다.
그러나 발 전체가 불타오르는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단계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고집을 꺾을 만 하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먹겠는가?
대부분의 약국에서 진통소염제 달라 하면, 녹색 캡슐 재질의 나프록센 제제를 준다.
효과는 좋은 편이다.
맨소래담류의 바르는 제제는 큰 효과가 없다.
다만 이건 본격적인 통증이 찾아오기 전 느낌이 쌔할 때 미리 사놓아야 한다.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단계가 되면 약국을 갈 수도 없다.
3.바퀴 의자
책상 앞에서만 앉던 의자에 앉아서 온 집안을 휘젓게 된다.
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섰다 하는 과정에서도 의자를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팔에 체중을 실으면 그만큼 발에 체중을 줄일 수 있으니까....
4.지팡이
이 지경까지 와야 되나 싶겠지만, 발(족부) 급성염증 초기에는 한 걸음 걷는게 힘들어서, 온갖 사물을 다 짚고 다닌다.
내 체중을 받쳐 줄 튼튼한 지팡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될 것이다.
노인들이 쓰는 바퀴달린 4족 보행기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
실제로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매우 어려운 통증 초기에 지팡이는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안 다치는 것이다.
명심하자. 과도한 중량을 버티면 발은 언젠가 탈이 난다. 비만이 그래서 안 좋다.
난 비만은 아니지만, 늘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녔고, 가끔 일이라도 나갈때면
미칠듯한 무게의 짐들까지 늘 들고 다녔었다.
늘 몸을 가볍게 하고, 신발을 중량과 압력을 흡수하고 분산할 수 있는......
쿠션감 좋은신발을 신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이 글을 찾아온 건 이미 아프기 시작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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