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쳐 이야기

캐리커쳐도 그릴 줄 안다는 초상화 작가들

감자만두 2017. 9. 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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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작가에게 있어서 캐리커처 작가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대놓고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주 부정적인 의미일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갑자기 떡하니 나타나다더니, 자기네들과 비슷한 공간에서

더 빠른 완성 시간, 더 재미있는 느낌을 앞세워서 밥그릇을 위협하고 있으니...


주적이자, 눈엣가시이자, 박힌돌을 빼내려는 굴러온 돌이자 재앙 정도로? 로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


최근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어느 지방축제에서 매 회마다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아 그림을 그리던 초상화 작가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그 축제에 캐리커쳐 팀이 입성하게 되는데

터줏대감 초상화팀은 그 캐리커처팀이 참 어지간히도 신경쓰이고 껄끄러웠나보다.


죄다 검은 앞치마에 흰 글씨로  캐리커쳐라고 대문짝만하게 박아넣고

자기들의 메뉴에 갑자기 캐리커쳐를 포함시킨 것이다.


수십년간 한식집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멀지 않은 곳에 짜장면 전문점이 생기니까,

자기네들도 갑자기 짜장면도 할 줄 안다고 메뉴에 추가시킨 꼴이지.

누가봐도 캐리커쳐 팀을 견제하기 위한  유치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자기들의 메뉴에 캐리커쳐를 급조해서 포함시킨건 그렇다 쳐도,

앞치마에 그렇게 네 글자를 박아넣는건 꽤 졸렬하게 느껴졌다. 무슨 어린애들도 아니고...


 

연세는 50세를 넘겼을 듯한 양반들이

어찌 하는 짓의 유치함은 초등학생 같은지.....


그렇게 앞치마에 캐리커처라고 큼지막하게 글씨 박아넣고 그리던

그 초상화 작가들의 캐리커쳐 퀄리티는?



으음..................

느낌은 각자의 생각에 맡기고

이것의 가격이 5만원이다.


1인 그림 10000원, 채색 +5000원  , 게다가 20000원을 받는 액자는 고객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동으로 포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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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축제에서 또 초상화 쌤플을 잔뜩 넣어놓고 누가봐도 초상화 전문이라는 뉘앙스를 마구마구 내뿜으면서

급조한듯한 종이에 쓴 글씨 [캐리커쳐도 그립니다.]


 

중간 과정인 듯 한데

딱 저 방식으로 머리카락 쓱 긋고, 남자 옷 쓱 긋고, 뒤에 배경 녹색으로 쓱 그으면 완성.

1인 5000원을 받더라.


감상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겠다.


최근들어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며 드는 생각은.

캐리커쳐 작가들이 초상화 작가가 안중에도 없는 데 비해,

초상화작가들은 캐리커쳐 작가를 무지막지하게 의식하고 있는 듯 하다는 것과...


초상화 작가들이 캐리커쳐라는 분야를 굉장히 쉽고 만만하게 보고 있는 듯 하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자기들이 늘 그리던 초상화를 좀 더 간략하고 유치하고 단순하게 그리면 그게 곧 캐리커쳐라..

그렇게 그들은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된다.

그들이 급조된 메뉴로써 그리고 있는 캐리커쳐라는 걸 보면 말이지..


수년간 캐리커쳐만 팠다는 사람들도 제대로 닮게 그리지 못하는 게 부지기수다.

짧은 시간에 특징을 뽑아내서 그 사람을 닮게 만드는 것. 이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초상화를 대충 날려 그리면 캐리커쳐라 생각하는 어리석은 초상화작가가 일부이길 바랄 뿐.


작품이 나쁘다 좋다 역시 개인적인 관점이므로 뭐라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결국 피해를 볼 확률이 가장 큰 건 소비자다.  만족할 수도 있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작가의 그림을 확인하고 판단하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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