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쳐 이야기

캐리커쳐 이야기 vol3

감자만두 2017. 9.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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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한게 2004년 가을이었으니, 

내가 캐리커처 라는 그림과 친해진지도 이제 8년이 다 되간다. 나도 이제 8년차? 


상업적 측면으로 볼 때

이 일은 주로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1.주문 작업

사전에 주문과 사진을 받고 약속한 날짜 안에 그려주는 방식.

인터넷으로 치면 나오는 수많은 캐리커처 판매 사이트들이 그 예다.


2.라이브 판매

이것은 현장에 나가서 판매하는 일이다. [거리의 화가들] 같은 그런거랄까.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3.라이브 이벤트

이것은 특정 기업체로부터 섭외가 들어오면,

일당을 받고 해당 기업의 고객들, 연관된 사람들을 무료로 그려주는 일종의 행사이다.


주문작업과 라이브판매는 내가 지금 하고 있지 않으므로 라이브이벤트 이야기만 하겠다.

캐리커처 이벤트 행사시에 가장 꼴불견은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앉히려는 부모님(특히 어머니) 들이다.


물론 모든 애들이 다 그리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하고 싶다고 조르는 애들도 있고, 너 이거 하자 그러면 그럴까? 하면서 순응하는 애들도 있다.

하지만 하기 싫다고 기를 쓰며 거부하는 애들도 있다.


아이가 싫다는데, 아이의 의사를 들어주지는 않고

"너 이거 그려야지 이따가 로봇 사줄꺼야." "이거 그려야지 나중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지."

라는 식의 보상을 내걸고 아이에게 모델을 강요한다.

여기에 순응하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앉아있긴 하지만 얼마나 기분이 안좋아져 있는지는 얼굴에 다 나타난다.

여기에 순응하지 못하는 아이는 점점 더 떼를 쓰고 거부감을 표현한다.

급기야 싫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많다.

그정도로 아이가 싫다고 티를 내면, 대부분 부모님들은 포기하고 아이에게 강요를 하지 않는데....


아이가 울면서 싫다고 발악을 하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걸 그려야 한다는 부모님도 계시다.

"너 이거 안하면 앞으로 뭐도 없어."

"너 이거 안 그리면 장난감 칼도 안사줘."

"이게 나중에 얼마나 큰 추억이 되는데... 너 나중에 분명 후회한다."

"옆의 누나를 봐. 얼마나 얌전해? 저렇게 있으면 얼마나 이뻐?" 등등...


이런 광경은 라이브 판매에서는 볼 수 없는..... 무료 라이브이벤트행사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아이가 저렇게 싫다는데, 뭘 자꾸 그리자고 강요하는것인가? 공짜라서?


그리고 그런 아이를 봐야 하는 작가는?

심술이 잔뜩 난 얼굴로 작가를 바라보는건 애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어떤 아이는 일부러 고개를 밑으로 옆으로 비틀면서 시선을 피하는데, 누가 그걸 그리고 싶겠는가?

뭐 온화하고 맘씨좋은 자상한 작가라면 "오빠(언니) 좀 봐야지~~~^^." 이러면서 아이를 구슬르고 타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난 그런 자상한 스타일이 못된다. 아니..... 애가 싫다는데 왜!!!


난 왠지 아이에게 계속 강요를 하는 그 심정을 알 거 같다.

부모님들... 공짜라서 그러시는거죠?

놀이공원 가면은 돈 몇 만원, 전문사이트에서 주문해서 그리면 더더욱 비싼 캐리커처 그림 공짜로 얻을 수 있으니까

그거때문에 저렇게 그리기 싫다는 애를억지로 그리게 하려는거 아닙니까?

겉으로는 아이를 위해서라지만,  속은 자신을 위해서...그러시는 거잖아요.


여기서 부모님들이 간과하는게 몇 가지 있다.


무료이벤트 행사때의 캐리커처는, 주문작업이나 라이브판매 캐리커처보다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정에 수정을 계속 거듭하며 충분한 시간여유를 가지고 하는 작업과,

단시간에 최대한많은 사람들을 그려주기 위해 3~4분당 한 명씩 초스피드로 그려내는 작업의 완성도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싫다는 아이들을 억지로앉혀서 그리게 해서 좋은 그림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아이들이 작가를 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이미 좋은 그림이 나오기 힘들어진다.

얼굴을 보여주질 않는데, 어떻게 얼굴 그림을 그리나?

게다가 자꾸 싫다는 애 억지로 그리라며 강요하는 걸 보면 작가도 열심히 그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난 이런경우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그냥 대충그려서 줘 버린다.


좀 웃는얼굴로 해주시지. 표정이 너무 시무룩해보이는데요. -- 아이가 한결같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서 어쩔수가 없었는걸요.

우리 아이랑 좀 안 닮은 거 같아요. -- 아이가 저를 도통 쳐다보질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핑계가 아니라 진짜 이렇다.


결론은..

그리기 싫다는 아이 억지로 그리게 하지 맙시다.


 

아직 시작하기 전이라서 이렇게 널럴한 것이다.

지금이야 이렇게 평화롭고 널럴하지만, 거의 대부분 이벤트 캐리커처는

대기손님이 줄을 이루고 있고, 마감 때까지 끊이지 않을정도로 인기가 있다. 




아이들 중에 정말로 순수하게 맑은 눈빛으로 작가를 쳐다보는가 하면,

일부러 해맑게 웃는 얼굴이나, 익살스런 표정을 내내 유지하고 있는 기특한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정말 껴안아주거나 용돈이라도 쥐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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